음모론을 내세우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촛불시민'으로 통칭해서 부르기도 하지만, 나는 종종 '촛불 광장에 나온 시민들과 나오지 못한 시민들'이라고 구분해서 썼다. 마음은 같았지만, 누군가는 광장에서 해방과 시민됨을 느꼈고, 누군가는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학계 블랙리스트의 가장 파괴적인 해악은 학자의 자기검열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학자의 자기검열은 독재자의 사상검열보다 더 무섭다. 독재정권의 물리적 검열은 대중의 분노라도 사지만, 학자의 심리적 검열은 무색무취한 독가스같이 부지불식간에 학자의 의식을 마비시킨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예술가의 영혼을 좀먹는다면, 학계 블랙리스트는 학자의 정신을 썩어들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블랙리스트는 그 자체가 인간 정신에 대한 범죄다.